[1630호]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로 고통 받는 소방관들의 ‘소방공무원 심신건강관리 사업’ 이용과 만족도가 현저히 낮은 것으로 밝혀졌지만 사업을 실행하는 국민안전처는 대책 없이 오히려 참여를 강요하고 있다는 지적이 국회에서 나왔다.
안전행정위원회 간사 박남춘 의원(더불어민주당, 인천 남동갑)이 소방공무원 4,36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소방공무원 PTSD진단 현황 및 사업만족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화재나 구급출동 현장에서 심각한 외상사건을 목격한 경험이 있는 소방관은 76%(3,273명/전체응답4,310명)를 차지했고 PTSD판정을 받았거나 증상이 있는 소방관은 27%(1,151명)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현재 소방공무원 심신건강관리 사업을 이용해본 적이 없는 소방관은 전체 응답 4,281명 가운데 2,593명(60%)이었고, 이용자 중 사업의 특별한 효과를 보지 못했거나 도움이 안 되었다고 답한 소방관은 무려 75%(전체 응답 3,268명 중 2,442명)에 달해 사업 효과에 의문이 제기된다는 지적이다.
현재 소방공무원 근무 환경 및 처우개선의 일환으로 국민안전처와 각 소방본부는 2012년부터 심신안정실, 동료심리상담사, 찾아가는 심리상담실, 심신건강관리캠프 등 소방관의 심신건강관리를 위해 여러 가지 PTSD관리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설문에 답한 소방관 10명 중 7명이 PTSD에 노출되어 있는 만큼 소방관들의 PTSD관리 및 치유는 매우 중요한 과제다.
그럼에도 불구, PTSD 증상은 있으나 심신건강관리 프로그램을 통해 상담?치료를 받지 않는 이유는 ‘시간적 여유가 부족해서’가 24%, ‘내부적 시선 및 노출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 20%, ‘PTSD관리 및 치유 효과에 대한 신뢰가 부족해서’가 17%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35%를 차지한 ‘기타’ 항목의 대부분은 ‘심각하지 않으니 자연스레 회복할 것이라 생각해서’, ‘PTSD증상이 맞는지 정확히 몰라서’ 등의 답변이었고 대부분 PTSD의 심각성을 몰라 섣불리 정신적 치료를 시도하지 못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국민안전처는 소방관들의 이러한 불편 사항을 수렴해 문제점을 개선했어야 하지만 오히려 전국 소방관서 종합평가에 ‘소방공무원 심신건강관리 추진’이라는 항목을 넣어 사업 참여만을 강요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PTSD가 정신적 질환이라는 사회적 편견이 아직 존재하는 상태에서 소방관의 자율적인 참여 의지가 중요함을 간과하고, 사업의 높은 참여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한 보여주기식 행정이었다는 것.
실제로 설문에 참여한 한 소방관은 “안 그래도 업무 보랴, 출동 하랴 바쁜데 왜 강제적으로 하라고 강요하는지 모르겠다”며 반강제적인 프로그램 참여에 불편함을 토로했다는 것이 밝혀졌다.
박남춘 의원은 “트라우마를 견디고 다시 현장으로 출동해야하는 소방관들에게 PTSD관리 및 치유는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하며 “국민안전처는 소방공무원 심신건강관리 사업 전반에 대한 평가를 통해 수요자 중심의 사업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세밀하게 점검하고, PTSD에 노출될 수 있는 소방관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인영 기자 news@kgos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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