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공딩’의 장·단점
일찌감치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고교생이 부쩍 늘어났다. 인터넷에서는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고등학생 및 재수생’을 이르는 ‘공딩’이란 신조어마저 생겨났을 정도다.
공무원 수험생들이 모이는 커뮤니티 게시판에서도 종종 고등학교를 졸업할 예정이거나 갓 졸업한 초보 수험생의 고민을 발견할 수 있다.
대학 졸업을 앞둔 대학생들이 도서관에서 취업 준비라는 명목으로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한다는 것은 지난 이야기다. 20살, 21살의 어린 수험생들이 3년, 4년씩 공부를 해 다른 수험생들이 시작한 나이에 합격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현실이다.
노량진의 한 학원관계자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공무원 시험에 도전하는 경우 생각보다 합격률이 높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학교 졸업 후 공무원 독학 시험에 도전하는 학생들은 사회생활에 익숙해 있다 보니 꽉 짜여진 수험생 생활을 견디기가 쉽지 않다. 재수생과 공무원시험 준비생을 단순 비교하더라도 재수생들은 하루 학원에 결석하는 것은 매우 큰 일탈로 여기고 있는 것에 반해 공무원시험 준비생들은 집안 사정이나 개인적 사유로 일주일정도 결석하는 것은 아무렇지 않게 여긴다.
결국 그러기에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고등학교의 연장으로 공부를 할 수 있어서 공부에만 집중하기가 쉽다. 또한 기존 공부해오던 국어, 영어 과목이 필수일 뿐 아니라 수학, 사회, 과학을 선택과목으로 할 수 있고 국사만 추가적으로 공부하면 되기에 대학 졸업 후 준비하는 공무원 준비생보다 합격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볼 수 있는 것.
그러나 고졸 이후 바로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을 때 부정적인 요소도 존재한다. 날로 공무원 시험의 경쟁률이 높다 보니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공무원 시험에 올인한 학생이 공무원 시험에 실패하면 고졸의 신분으로 직장을 구해야만 하나 대학교 진학이 80%가 넘는 한국사회에서 고졸로 좋은 직장을 구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므로 일찍이 공무원시험에 관심을 갖게 된 학생들은 어쩌면 3~40대 수험생들보다 신중하게 자신의 합격 가능성을 분석하고 도전을 해야 할 것이다.
얼마 전 노량진 수험가에서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공무원시험 준비를 시작해 5년 째 합격을 노리고 있다는 한 수험생을 만날 수 있었다. 다른 수험생들은 어린 나이에 시작한 해당 수험생을 부러워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어린 수험생은 입장이 달랐다. 어리기 때문에 사회생활을 하거나 대학생활을 하다가 현실에 막혀 공부를 하는 수험생들에 비해 자신을 다잡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고등학교 내내 공부를 하다가 졸업 후에도 다시 고3을 반복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창밖이 시끌벅적한 날이면 누구보다 엉덩이가 들썩인다는 표현에 다른 수험생들은 웃으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해 공직박람회에서 만난 고등학생들에게 공무원이 되고 싶은 이유를 물어보면 하나같은 대답은 안정성이었다. 한 고등학생은 하고 싶은 다른 일이 있지만 그것을 접어두고 공무원 합격 후 취미로 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저학력자 보호 차원에서 시행되는 고졸자 채용, 줄지 않는 취업 불황. 꿈이나 도전보다 안정성과 경제력을 우선시하는 것이 옳다는 식의 분위기는 계속해서 청춘의 열정을 겪어보지 못한 어린 공무원들을 만들어 낼 것으로 보인다.
공혜승 기자 news@kgos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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