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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급 공무원, 고교과목만으로 합격 못한다 - 9급 시험, 전문과목 필수 선택 검토 중
2016-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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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급 공무원, 고교과목만으로 합격 못한다

9급 시험, 전문과목 필수 선택 검토 중

남미래 기자 




공무원 수험가가 또 다시 격변을 맞이하게 됐다. 인사혁신처가 국가공무원 9급 공채 필기시험 과목을 직무능력중심(NCS) 평가 방식으로 개편할 계획임을 밝히면서다.


지난달 26일 인사혁신처는 9급 공무원 공채 필기시험에서 직렬별로 직무 관련 전문과목을 최소 1과목 이상 포함하거나 반드시 선택하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한 ‘2016년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출범 두 돌을 맞아 그간 지적돼 왔던 공직사회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춰 전 공직사회에 인사혁신을 확산시키고 정착시키겠다는 의도다.


이 외에 7급 공채시험에 현 5급 채용시험에만 적용됐던 공직적격성평가(PSAT)를 확대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어 수험가에 파장이 일 전망이다.



 전문과목, 반드시 1개 이상 선택해야


인사처의 개편안이 현실화된다면 향후 9급 공채시험은 고교과목이 선택과목으로 도입된 2013년 이전과 유사한 형태로 회귀하게 된다.


가령, 9급 세무직의 경우 그간 국어와 영어, 한국사 등 3과목을 필수과목으로 응시하고, 사회, 과학, 수학, 행정학개론, 세법개론, 회계학 중 2과목을 선택해서 응시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세법개론과 회계학 중 1과목 이상을 반드시 선택해 응시해야 한다.


이 외에 주요 직류별 전문과목은 일반행정-행정법총론, 행정학개론 관세-관세법개론, 회계원리 통계-통계학개론, 경제학개론 검찰사무-형법, 형사소송법 교정-교정학개론, 형사소송법개론 등이다.


인사처 황서종 차장은 수험생의 부담을 고려해 시험과목의 적절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직무능력의 객관성을 높이는 방안으로 고민하고 있다. 과목이 개편되더라도 유예기간을 둬서 2018년 이후부터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3년 이미 한 차례 변화를 맞았던 9급 필기시험 제도가 5년을 채 넘기지 못한 배경으론 공무원의 전문성 하락 정책의 실효성 부족이 꼽힌다. 2012년 행정안전부(지금의 인사혁신처)는 이명박 대통령의 고졸 우대 정책에 발맞춰 기존 9급 공채시험 과목에 고교과목인 사회와 과학, 수학을 추가해 선택 응시하도록 시험제도를 뜯어고친 바 있다.


결론적으로 시험과목 손질은 득보다 실이 많았다. 학습량이 많은 전문과목 대신 비교적 수월한 고교과목을 선택하는 응시자들이 급증한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9급 세무공무원 합격자 중 세법이나 회계학 등 전문과목을 선택한 응시자는 24.4%에 불과했다세법과 회계학을 공부한 적이 없으니 당연히 세무행정 업무에 애를 먹는 신입공무원이 나올 수밖에 없다. 과목 개편 2년째를 맞은 지난해. 그렇지 않아도 바쁜 현직 공무원들은 현직 공무원대로, 신통치 않은 응대를 받아야 하는 민원인은 민원인대로 불만이 쌓이고 있다는 하소연이 공직사회 곳곳에서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게다가 대졸자의 대부분이 고교과목으로 쏠리면서 주요 행정직에서의 고교 출신 합격자 비율도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제자리걸음을 이어갔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2014년 국가공무원 9급 행정직 최종합격자 중 고졸자로 추정되는 18~22세 합격자는 3.6%, 2015 18~21세 합격자는 1.5%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시험제도 변경의 영향과 효과를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정부의 오락가락 행보에, 수험생과 현직공무원, 국민 모두가 피해를 입은 셈이다.

 


 고마 해라. 마이 바꿨다 아이가


지난해 이미 헌법 필수과목 도입설로 인해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던 수험생들은 또 다시 찾아온 채용시험의 변화에 반발하고 있다.


가장 뜨거운 감자는 7급 시험의 PSAT 도입 여부다. 고위직 국가공무원으로 가는 길인 5급 공채나 일정 기간의 경력만으로 공직에 진출하는 민간경력자 채용시험이라면 몰라도, 국어, 한국사,헌법, 경제학, 행정법, 행정학 등 6과목(2017년 기준)을 공부하고 있는 7급 공채에 PSAT까지 추가하는 것은 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인사혁신처는 일단 PSAT 도입이 공식적으로 결정된 사안은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7급 시험제도의 개편 방향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나온 한 가지 방안일 뿐, 확정된 내용이 아니라는 얘기다.


인사처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상당수의 수험생들은 PSAT 도입에 대한 두려움을 떨치지 못하는 분위기다. 2017년부터 7급 공채의 영어 과목이 공인영어성적으로 대체돼 필기시험 과목이 기존7개에서 6개로 줄어드는 만큼, 5급 공채시험처럼 추가로 PSAT를 치르게 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수험생들 사이에서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7급 수험생 박 모(25)씨는 이미 공무원 시험이 고시화한지 오래인데, 피셋까지 7급 시험에 도입하는 것은 여기에 기름을 붓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부는 토익 따로, 피셋 따로, 기존 시험과목을 따로 공부해야 하는 수험생들의 사교육비 부담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 같다며 격한 감정을 토로했다.


9급 수험생들 또한 불만이 없지 않다. 애당초 고교과목 도입을 반대했던 수험가의 여론을 무시하고 무리하게 제도를 변경했다가 부작용이 커지자 또 다시 떡 주무르듯 과목을 바꾸는 정부의 행태야말로 탁상행정의 극치란 반응이 지배적이다.


특히, 국가직 9급 공채시험을 불과 2개월가량 남겨둔 만큼 사회나 과학, 수학 등을 선택과목으로 결정한 수험생들의 심정은 복잡하다. 2014년부터 행정학 사회를 선택과목으로 공부해왔다고 밝힌 9급 공무원 수험생 이 모(24)씨는 물론 일반행정직에 응시하면 되겠지만,향후 시험과목이 또 어떤 식으로 바뀔지 장담할 수가 없기 때문에 과연 사회를 공부해도 되는 것인지 불안하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비록 소수이긴 하나 그동안 순수하게 고교과목만을 공부해온 수험생들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사회+과학’, 또는 과학+수학 조합을 선택한 수험생들은 최대한 빨리 합격을 하거나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한 과목 이상을 전문과목으로 변경해 처음부터 다시 공부해야 하기 때문이다. 고교과목을 통해 여러 분야의 채용시험을 자유자재로 응시할 수 있었던 수험생들을 볼 날도 이젠 얼마 남지 않았다.

 


 수험전문가 공직전문성은 선택사항 아냐


인사처가 보도자료를 통해 9급 공채시험을 직무능력중심평가(NCS)’로 과목을 바꿨다고 발표한 부분도 논란이 됐다. 현재 공기업과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실시되고 있는 NCS 시험방식을 9급 시험에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이 수험생들 사이에서 증폭된 것이다.


이에 대해 인사처 인재정책과 관계자는현재 공기업에서 진행하고 있는 NCS 문제를 그대로 출제하겠다는 것이 아니라,직무역량을 강화한다는 차원에서 NCS중심 평가라고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고교과목 도입 이전으로 과목을 개편한 것에다 NCS라는 용어를 끌어온 것이다.


결국 9급 시험과목이 2013년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인사처는 사회와 과학, 수학 등 고교과목은 그대로 존치하되 전문과목을 1개 이상 의무적으로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에 예전의 형태로 바뀌는 것은 아니며 조정점수제도도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이번 개편안을 놓고 전문성을 강화했다고 자평한 반면, 수험전문가들은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물이라는 평이다. KG패스원 법원·검찰 원장 진용은 교수는 이번 개편안은 비정상의 정상화라고 볼 수 있다면서도 전문과목 모두를 의무화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매우 미흡한 개편안이라고 평가했다.


진 교수는 지난 정부에서 고교과목을 선택으로 편성한 것은 공직의 전문성을 약화시켜 현장에서의 어려움만 가중시켰다면서 전문과목을 선택으로 만들어 버림으로써 공무원 시험이 국어와 영어, 한국사 중심의 시험이 되어버린 점을 시정하지 않고서는 공직의 전문성도 향상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전문성이 강한 세무직이나, 검찰직, 교정직 등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은 임용 후를 생각해서라도 반드시 그 분야의 전문과목을 선택해 응시해야 한다 합격에 급급해할 것이 아니라 임용 후 어떤 위치에서 어떻게 근무해야 할 것인지를 미리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국가공무원 시험제도의 변화는 국가공무원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국가공무원 필기시험 제도가 바뀌면 서울시와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경찰·소방공무원 채용시험에까지 파급이 미친다. 인사혁신처의 말 한 마디가 전국 40만 수험생들에게 독이 될 수도, 약이 될 수도 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