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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문송합니다?
2016-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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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문송합니다?


최근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따르면 대졸 취업자의 30% 가까이가 대학 때 전공과 무관한 일을 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문과 출신들은 전공과 직업의 불일치가 더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졸 취업자의 전공 일치 취업률이 72.6%로 나타났고, 나머지 30% 정도는 전공과 무관한 일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더불어 계열별 전공 일치 취업률의 경우에는 의약, 교육, 공학 등 중에서도 인문계열이 가장 낮은 일치율을 보였다. 이는 문과생들이 취업이 어려워 전공을 따지지 않고 무작정 경쟁률이 낮은 업무에 지원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문송합니다’ 세태가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문송합니다’란 ‘문과라서 죄송합니다’를 줄인 말이다. 더불어 ‘인문계 졸업생 90%가 논다’는 ‘인구론’도 취업 준비생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문송’이든 ‘인구론’이든 취업이 힘든 인문계열 졸업생들의 한탄이 담겨있다. 이들 단어들은 우리나라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인 청년 실업, 거기서도 더 시급한 인문계 학생들의 취업난을 잘 나타내주고 있다. 

그리고 이들 인문계 대학생 중 상당비율이 ‘공시생’이 되고 있는 현실이다. 대학 재학 중이거나 졸업을 앞둔 대학생들 가운데 상당수는 공무원 시험에 ‘올인’하고 있다. 대학이 상아탑으로서 기능을 상실한지는 오래이며 공직사회로 가는 베이스캠프로 전락했다는 자조가 깊다.

전공과 상관없는 공무원 시험 준비를 위해 이른 새벽부터 도서관으로 향하는 대학생들을 흔하다. 이제 대학생들은 전공공부보다 영어, 공무원시험 공부에 훨씬 더 많은 투자를 한다. 일부 학생들은 아예 휴학을 하거나 졸업을 미룬 채 공무원 시험에만 몰두하고 있다.

대학생들이 공무원 시험 준비에 몰리면서 갈수록 경쟁률은 상승하고 합격에 대한 압박감도 확대되고 있다. 공무원 시험에 실패한 3~4수생도 흔한 현상이다. 자칫 대학도 졸업 못하고 몇 년째 대학생+수험생이 되고 만다. 

예체능을 전공 중이라는 한 수험생은 “전공은 예체능이지만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지금은 방학 중이라 그나마 편하게 공부하지만 학기가 시작되면 학과 공부와 함께 공무원 시험을 병행해야한다”면서 “하지만 아무래도 전공보다는 공무원시험에 열중하게 될 것 같다”고 전했다. 

어쩌면 이대로 가다간 대한민국 대학교들의 학과 이름도 ‘서울 지방직 행정직군 학과’와 같이 공무원 채용 종별로 바뀌지 않을까. 한 발 앞서 고등학교에는 이미 ‘공무원반’이 따로 만들어져 일찍이 공무원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하니 이 또한 경쟁력은 약한 듯하다. 

나아가 공대생도 공시생이 되고 마는 대한민국의 미래는 어떨까. 임기응변식 고용책은 이미 그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정부는 이번 청년 실업률 결과를 거울삼아 청년 고용책의 실효성을 다시 한 번 제고해 볼 필요가 있다.

공혜승 기자 news@kgos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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