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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응답하라 2015
2015-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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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응답하라 2015


오랜만에 소위 ‘본방사수’를 하는 드라마가 생겼다. 바로 ‘응답하라 1988’이다. 이전에 본방사수를 할 만큼 열정적으로 봤던 드라마는 역시 같은 케이블 방송사에서 방영했던 ‘미생’이었다. 이 두 드라마는 매우 다른 성격이다. ‘미생’은 프로 바둑 기사의 꿈이 좌절된 사회 초년병이 종합무역상사 인턴이 되어 겪는 일들을 통해 고달픈 직장인들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묘사해 공감을 사며 신드롬에 이르렀다. 

반면 ‘응답하라’ 시리즈 tvN ‘응답하라 1988’는 쌍팔년도 쌍문동의 한 골목에서 벌어지는 코믹 가족극이다. 호돌이, 다이얼 전화기, 전화번호부, 비디오테이프 등 디테일하게 고증된 소품과 패션 아이템은 당시 청년기였던 40대 시청자에게 ‘그 때’를 떠올리게 한다. 또 그 시절의 기억이 없는 젊은이들도 사실 공감이 되진 않지 않음에도 1시간 30분 동안 그 때 그 시절, 그 동네의 주민이 돼 보는 내내 울고 웃게 만든다. 

자극적인 소재를 다룬 것도, ‘스타’ 출연진이 포함된 것도 아니지만 응답하라 시리즈는 지난 2013년 ‘응답하라 1997’이 예상보다 큰 히트를 친 이후 1994, 1988 순으로 거슬러가는 매 시리즈가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 드라마에 열광하게 하는 것일까. 많은 사람들이 이 드라마를 즐겨보는 이유는 현재의 삶이 너무나 팍팍해 그립기만 한 과거로의 회귀라고 결론짓고 있다. 그리고 그 이야기 속에는 삶의 진정성이 담겨 있다는 점이다. 

마치 보고 있으면 주인공이 되어 1988년으로 돌아가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응답하라’의 인기는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셈이다. 그만큼 2015년의 현실이 각박하다.

물론 1988년 역시 마냥 행복했던 시절만은 아닐 것이다. 1980년대 후반은 서로 친한 이웃지간에도 결국 주인집과 셋방살이로 나뉘듯 ‘양극화’라는 괴물이 싹트던 시기였으며,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 한마디가 사람들을 울릴 만큼 사회 부조리와 권력비리로 얼룩진 시대였다. 

다만 이 드라마를 통해 우리가 느낄 수 있는 한 가지는 바로, 어쨌든 그 시절에는 모두 함께 살아왔다는 것이다. 함께 산다는 건 특별한 게 아니다. 함께 울고 함께 웃으면 족하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내가 웃기 위해서는 남을 울려야 하고, 내가 타고 올라간 사다리는 다른 사람이 올라오기 전에 걷어차 버리는 게 현실이다. 말 그대로, ‘나 혼자 사는’ 시대다.

특히 치열한 경쟁을 통해 ‘남보다 내가’ 합격을 거머쥐어야 성공하는 수험가의 세계에서는 더 그럴 수밖에 없다. 

응답하라 8회 ‘따뜻한 말 한마디’편에서는 힘들어 하는 이에게 건네는 따뜻한 말 한마디가 얼마나 큰 위로, 힘이 되는지 그리고 용기를 주는지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현대사회는 차갑다. 성공을 위해서는 따뜻함보다는 차가운 사람이 되길 요구한다. 이런 삭막함 속에서 모든 인간관계들이 식어가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결국 우리를 토닥토닥해주는 것은 사람의 온기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온기는 신체와 신체의 스킨십만으로 전달되는 것은 아니다. 말 한마디로도 온전히 전해진다. 지금 이 순간 주변사람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를 전해보는 건 어떨까? 세월이 흘러 ‘응답하라 2015’를 각박함 속에서도 따뜻함이 있었다고 떠올릴 수 있는 그런 시절이 되길 바라본다. 

공혜승 기자 news@kgos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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