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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싱숭생숭’ 가을타는 수험가
2015-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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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싱숭생숭’ 가을타는 수험가
 
요즘 같이 바람이 선선하고 쾌청한 날들이 계속되면 나도 모르게 하늘을 자꾸 올려다보게 된다. 기자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 바로 가을이다. 하늘에 구름 한 점 없는 날도 있고, 구름 모양과 파란하늘의 조화가 하나의 예술작품같이 느껴지는 날들이 많아 나도 모르게 한없이 한동안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보게 된다. 그렇게 하늘을 보며 사색에 흠뻑 취하거나 혹은 집 앞에 큰 단풍나무잎이 머리위로 살포시 떨어지면 ‘아 진짜 가을이 왔구나’ 새삼 느끼곤 한다.

한편으로는 이 좋은 가을이 빨리 끝나버리면 어쩌나 걱정도 된다. ‘이제 곧 다가올 겨울에 대한 준비가 전혀 되지 않았는데...’하면서 말이다. 더위보다는 추위를 많이 타는 기자로서는 겨울이 오는 게 두려울 정도다. 

이 같은 마음은 수험생들도 매한가지일 것이다. 더위, 추위는 수험생들이 공부를 하는데 있어 적지 않은 장애가 된다. 감기라도 걸리면 큰일이다.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되기에 앞서 수험생들 모두 건강관리에 유념하는 등 겨울채비를 서서히 하길 바란다. 

흔히 ‘가을을 탄다’고 한다. 유독 가을이 되면 우울감과 무기력증이 동반되면서 싱숭생숭해지는 마음이 드는 것을 두고 말한다. 그리고 노량진 수험가를 더욱더 싱숭생숭하게 만드는 일이 있다. 바로 노량진 육교 철거가 진행되기 시작한 것. 장애인, 노인 등 보행 약자들이 이용하기에 불편하고, 도시미관을 해친다는 지적과 함께 시설관리유지비가 많이 든다는 지적에 결국 철거를 결정, 35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얼마 전 노량진 육교를 찾았다. 사실 일부러 찾은 것은 아니었고 환승을 하기 위해 예전처럼 육교를 이용하려고 보니 지하철 역사 쪽 계단 한쪽은 이미 지난 4일 철거해 공사 가림막이 쳐져 있었다. 

육교 난관 바깥쪽에는 ‘35년간 잘 버텨줘서 고맙다’라고 쓴 현수막이 걸렸다. 난관 안쪽에는 지난달 30일부터 가로 19.52m, 세로 1.1m의 대형 천으로 만든 게시판이 설치됐다. 게시판에는 공무원 시험과 대학입시를 앞두고 노량진 학원가에서 청춘을 보낸, 그리고 현재 수험생들의 메시지가 빼곡했다.

한 시민은 게시판에 “고3 수능을 망치고 재수를 결심한 나를 따스하게 받아주던, 모두가 힘들기에 이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던 나의 도시 노량진. 노량진으로 갈 때 가장 먼저 반겨주던 노량진 육교, 고생 많았어”라고 글을 남겼다. 또 다른 시민은 “3년간 청춘을 잠시 덮어두고 이 자리에 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고 남겼고, “나 필기시험 합격까지 1년반 동안 건널목 돼줘서 고맙고 최종 합격해서 자랑스러운 경찰이 될게”라고 다짐을 남긴 이도 있었다. 

자신의 이름을 쓰고 “올해 합격하게 해주세요”라는 쓴 메시지들도 눈에 띄었다. “우리 딸 걱정에 걸어본 육교야, 우리 딸 공무원 시험 합격하게 해주렴. 사랑한다 내 딸”이라며 애틋한 아버지의 마음을 남긴 시민도 있었다.

노량진 육교는 비록 사라졌지만 추억만은 주민들, 그리고 수험생들 가슴에 길이 남을 것이다. 10월 말부터는 지하통로를 연결해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게 되고 또 횡단보도도 생긴다고 한다. 아쉽고 싱숭생숭한 마음을 뒤로 하고 새로운 건널목을 이용하며 수험생들도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내년 시험을 위해 한걸음씩 건너가길 바란다. 

공혜승 기자 news@kgos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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