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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봄비와 수험생의 눈물
  2016-03-13| 조회수 1871

[취재수첩] 봄비와 수험생의 눈물


지난 주말, 전국에 봄비가 내렸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영하를 넘나들며 ‘언제쯤 이 추위가 지나갈까’ 했던 걱정이 무색해질 만큼 봄비와 함께 낮 기온이 크게 올랐다. 토요일인 5일에는 법원직 9급 필기시험이 있었다. 봄비가 반갑기도 했고 비오는 날 취재에 대한 걱정이 들어 서둘러 집을 나선 덕에 시험 종료시간보다 꽤 일찍 시험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올 법원직 9급은 지난해 360명에서 40명이 줄어든 320명을 선발할 예정이다. 총 6,767명이 출사표를 던지면서 경쟁률은 21대 1, 최근 5년 중 가장 치열한 경쟁이 예고된 바 있다. 이러한 부담감 때문인지 서초고등학교 고사장 앞에서 가족, 지인들은 시험이 끝나기 훨씬 전부터도 초조하고 긴장된 마음으로 3월의 봄비 속에서 수험생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법원직 시험은 1년에 단 한 번 밖에 기회가 없는 시험으로 국가직, 지방직, 서울시 시험을 중복 응시할 수 있는 일반 행정직 수험생들에 비해 시험에 대한 부담감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거기에 과목수도 많고 비교적 높은 난이도 때문에 과락자도 많고 평균 수험기간도 다소 긴 편이다. 시험시간 역시 다른 9급 시험에 비해 길어 오후 3시 40분이 돼야 종료돼 이에 대한 체력 소모도 큰 시험이기도 하다. 

이날 1교시와 점심시간, 2교시까지 모든 과정이 끝나고 시험장을 빠져나오는 이들을 취재한 결과 이번 시험은 꽤나 어려웠던 시험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영어 과목이 ‘역대급 난이도’라 말할 정도로 어려웠다는 응시생들은 피곤한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취재를 하는 와중에 고사장 건물 복도 한 쪽에 있던 한 수험생이 눈에 들어왔다. 한 구석에서 벽을 마주보고 쪼그려 앉은 채로 통화를 하고 있었다. 한 눈에 봐도 울고 있었다. 20대로 보이는 여자 수험생은 그대로 한참동안을 울면서 누군가에게 하소연을 하고 있었다. 초보 수험생이 어려운 시험을 마주하고 우는 모습은 아니었다. 공부를 오래 한 수험생이 어떤 이유에서건 시험을 예상보다 망쳤고 그로 인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아무래도 마킹의 실수가 있었는듯 했다. 

시간이 경과하고 그 근처를 다시 찾았을 때에도 그 수험생은 같은 자세로 울고 있었다. 수험생들의 힘든 과정과 심리적 압박감 등을 많이 듣고 알기 때문에 남일 같지 않았다. 한 해의 계절이 이제야 본격적으로 시작됐는데, 법원직 수험생들에게 있어서 2016년의 시험은 다시없고 2017년까지 다시 수험생활을 해야 하기에 더욱 안타까운 모습이기도 했다. 

이제 본격적인 필기시험 시즌이다. 수험생들에게 합격이란 우물에 빠진 사람이 올려다보는 바깥처럼 간절한 것이겠지만 시험이 생각보다 어려워도 낙담하지 말고 다시 시작하는 용기를 내길 바란다. 청춘을 걸어 도전했으니 반드시 올해에는, 또는 내년에는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가지는 것이 스스로에게도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앞으로 이어질 국가직, 지방직 시험장에서는 이번 시험에서 목격한 수험생과 같은 안타까운 모습을 찾아볼 수 없길 빈다. 

공혜승 기자 news@kgosi.com

<저작권자(c) 한국고시. http://kgos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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