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애국가 완창하면 공무원 자질 인정?
대한민국에서 이제 공무원 되기란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가 되고 있다. 더욱이 필기시험 합격만 하면 곧 공무원 시험 합격이라는 듯한 수험가의 분위기는 인사처의 ‘면접 강화’ 방안 발표에 따라 반전이 되고 이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수험생들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스피치 학원과 인터넷 강의로 몰려가고 있는 모습이다. 1년 이상의 시간을 투자해 필기시험까지 합격해도 최종 문턱에서 못 넘어가면 다시 똑같이 출발점을 밟아야 한다는 점에서 수험생들을 더욱 고달프게 하는 듯하다. 지난 4월 18일에 치러진 국가직 9급 필기시험의 결과가 지난달 10일 발표됐다. 하지만 멀고도 험한 길을 돌아 필기시험 합격이라는 선물을 받아든 이들의 마음이 편치가 않다. 곧이어 치러질 면접시험이 녹록치 않아서다. 올해 1인당 면접시간도 늘어나고 5분스피치까지 추가되면서 수험생들은 면접에 대한 불안감으로 필기시험 합격에 대한 기쁨은 제대로 누릴 새도 없는 듯 보였다.인사혁신처 사이버국가고시센터는 지난 16일 국가직 9급 공무원 면접절차를 발표하면서 올해부터 공직가치관 검증과 직무능력 평가를 강화하기 위해 5분 스피치를 도입하고 1인당 면접시간도 기존 30분에서 50분으로 늘린다고 발표했다. 면접은 공직가치 면접과 직무능력 면접으로 나누어 실시되며, 면접응시요령에 대한 교육 1시간과 자기기술서 작성시간 20분, 공직가치면접 30분, 직무능력 면접 20분의 순서로 진행된다.여기서 수험생들이 가장 주목하는 것은 5분 스피치라는 새로운 면접 방식과 더불어 인사처가 강조한 국가관, 공직가치관 등을 어떠한 질문을 통해 검증할 것인 지 등이다. 이 가운데 지난 4일, 다른 직렬보다 2주가량 먼저 시행된 세무직 9급의 면접시험은 해당직렬 수험생 뿐 아니라 수험가 전체의 초미의 관심사일 수밖에 없었다. 세무직 면접이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향후 치러질 시험을 준비하는데 있어서 큰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유독 관심이 쏠린 이날 시험이 끝난 뒤, 언론에서는 질문 내용과 관련해 기사들이 쏟아졌다. 면접시험 질문으로 애국가 4절을 불러보라거나 태극기의 4괘 이름, 또는 국기의 대한 경례에 대한 질문이 여럿 나온 것과 관련해서 대부분 비판적인 시선이 담겨 있는 내용들이었다.이에 대해 인사처 관계자는 “공무원이 될 사람들은 애국가, 국기에 대한 맹세, 태극에 대해 반드시 알아야 한다”면서 “직무능력 뿐 아니라 애국심·국가관·공직관에 대해서도 검증해야 한다는 판단 아래 면접관들에게 이같은 내용을 주지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러한 상황을 두고 수험가는 “사기업 면접을 준비해도 그 회사 창업의 역사부터 기업 엠블의 뜻까지 공부해서 최대한 내가 이 회사에 대해 애착이 많다고 어필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국가기관이라 해서 물어보면 안되나?”라는 등의 긍정적인 의견도 있는 반면 “올바른 국가관의 유무를 애국가 4절을 부를 수 있는지 없는지로 판단한다는 것이 말이 되나?”라는 등의 비판적인 시선도 적지 않았다. 행정전문가들 역시 군사정권 시절에나 나올 법한 시대착오적 질문이라고 지적했다. 기자 역시 과연 애국가를 4절까지 완창할 수 있다해서 공무원으로서의 자질이 검증되지는 않는다는 생각이다. 애국심이 과연 입으로 외운다고 증명되는 것일까? 우리나라 암기식교육의 단점이 공무원 면접시험에까지 미치는 것 같아 씁쓸한 마음까지 든다. 공혜승 기자 news@kgosi.com<저작권자(c) 한국고시. http://kgos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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