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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취업시장에도 단비가 내려야
  2015-04-09| 조회수 1180
[취재수첩] 취업시장에도 단비가 내려야
 
지난해 대학을 졸업한 한 지인이 14개월간의 백수생활 끝에 공무원시험을 준비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름 이름있는 학교를 졸업했기에 곧 좋은 곳으로 취업이 되겠지란 막연한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결국 본인의 전공과는 상관없이 공무원시험으로 밀려(?)났다니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7급의 경우 경쟁률이 높고 더 이상 오랜기간을 수험에 쏟을 자신이 없던 지인은 9급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지인의 부모는 늦어도 내년시험에는 붙어서 공직생활을 하게 될 거라고 자랑스레 말을 했지만 역시 씁쓸한 마음은 감추기 힘들어 보였다. 

공직 내 인적자원의 변동사항을 파악하기 위해 5년 주기로 실시하는 ‘공무원총조사’(2013년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 공무원의 최종학력은 대학교 졸업이 48.4%(42만9416명)로 전체(88만7,191명)의 절반에 가까운 비중을 차지했다. 대학원 이상은 21.9%(19만4,026명)로 전체 공무원 가운데 70.3%(62만3,442명)가 대졸이상의 학력을 가진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5년 전보다 대졸 이상자가 3.7%p 증가한 셈이다. 2년이 지난 지금엔 이 수치가 더욱 높아졌을 것이다.

반면 최종학력이 고등학교 졸업인 공무원은 13.4%로 2008년 대비 2.6%p 감소했으며 전문대 졸업생과 중학교 졸업 이하인 공무원도 각각 13.8%, 2.1%로 다소 줄어든 수치를 기록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점차적으로 합격자들의 학력이 높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르게 말하자면 공무원 시험에 응시하는 수험생들의 전체적인 학력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어느 순간부터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고졸 이하와 대학생, 석사, 박사로 학력이 나뉘는 것이 아니라 대학생 속에서 대학교별로 나뉜다. 그만큼 수험생들 대다수가 대학교 졸업자이거나 휴학생이거나 재학생이라는 것이다. 공무원 수험가에 대학생들이 많은 것은 SKY급 대학을 나와도 백수가 된다는 요즘 같은 시대에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대학만 보고 달려온 고등학생 시절을 지나 대학에 덜컥 들어왔더니 살길이 바늘구멍이라는 현실을 깨달은 수많은 대학생들이 공무원 시험으로 고개를 돌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흔히 9급의 경우 고등학교 졸업 이상, 7급은 대학교 2학년, 그 이상의 고시(5급 등)는 대학교 학사 졸업 이상의 시험 출제와 업무 수준을 뜻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현재는 뒤로 밀려도 너무 밀린 게 아닌가. 

극심한 취업난 속에 ‘공시(公試)’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공무원이 안정적인 직장으로 인기를 끌면서 비교적 규모가 작은 7급 또는 8급에서 수배로 많은 인원을 뽑는 9급으로 몰리고 있는 모습이다. 

그렇다고해도 여전히 초·중·고등학교 내내 일단 대학을 가라는 말만 듣고 살아오는 한국 교육의 현실과 SKY급 대학 재학생이나 졸업생이 왜 9급 공무원을 준비하냐는 소리를 듣게 하는 학력 후광효과가 있는 한 등록금이 2배, 3배로 뛰어도 소위 ‘괜찮은’ 대학들은 못 들어가 안달이 난 고등학생들로 북적일 것이다. 

지난 주말 오랜 가뭄으로 타들어가는 갈증을 달래듯 단비가 촉촉이 내렸다. 하지만 수험가, 나아가 취업시장의 가뭄은 여전히 타들어가는 듯하다. 이들의 갈증이 하루 빨리 해소가 되길 바라고 바라본다. 

공혜승 기자 news@kgos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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