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급한 불끄기가 아닌
2015년도 며칠 남지 않은 끝자락에 서 있다. 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해가 저물어가고 있는 것.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모든 사람들이 지치고 고단했던 묵은해에 대한 미련과 아쉬움을 뒤로 하고 밝아오는 새해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어 오르기 마련이다.
공무원 수험가도 숨 가쁘게 뛰어온 올해를 정리하고 내년도 시험만을 바라보며 전력질주하고 있다. 수험생들은 올해는 과연 몇 명을 뽑을지, 내가 지원할 직렬이 많이 뽑았으면 좋겠다는 기대감 반 두려움 반의 심정이다. 애써 뒤로해보지만 잘 감춰지지 않는 듯 수험가 커뮤티니에는 선발규모와 관련해 ‘카더라식’의 글들이 많이 눈에 띈다.
매년 공무원 신규채용 선발인원이 발표되면 수험생들은 대다수의 경우 아쉬움을 표한다. 소위 ‘대박’이라고 표현하는 선발인원이 발표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수험생의 입장에서 선발 규모는 늘 부족하다. 단 열 명이라도, 아니 단 한 명이라도 더 선발해야 자신의 합격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생각은 공고 때마다 수험생들을 긴장케 한다.
대학 재학, 대학 졸업, 심지어는 고등학교 졸업자인 젊은 인재들이 취업난을 피해 몰려들어 치열한 경쟁을 하는 수험가에서는 언제나 좀 더 많은 선발을 기원한다.
정부에서는 취업난을 해소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공공기관과 공기업 채용인력을 증가시켰다. 지난달 발표된 313개 전 공공기관의 2016년 채용 규모는 신규 채용 4,441명을 포함해 총 1만8,518명이 될 전망이다. 이는 2015년 대비 4.5% 증가한 수치로 최근 3년간 가장 큰 신규채용 규모다.
또 정부는 지난 16일 청년고용대책의 일환으로 대기업·공공기관이 협력업체 등과 함께 청년구직자를 대상으로 직업 훈련, 인턴 채용 등을 시행하고 필요시 해당 분야 취업을 연계해주는 고용 디딤돌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공공기관은 협력업체 등과 함께 청년구직자에게 현장 중심의 직무교육과 인턴 기회를 제공한다.
이번 공기업 채용이 얼마나 많은 취업준비생에게 일자리를 부여하고 그만큼 포화상태인 공무원 수험가에 더 많은 인원이 몰리는 것을 막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쪽에서는 올 공무원시험 선발계획 발표에 앞서 이같은 공기업 채용규모와 현재 공무원 인원을 함께 보았을 때 ‘이대로라면 그리스 꼴이 난다’는 우려도 드러내고 있다.
수험가에서는 공무원 선발이 부족하고 경쟁률이 너무 높다는 아우성이, 외부에서는 공무원 수가 너무 많아 국가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각각의 영역에서 맴돌고 있는 것이다.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 일듯 싶다.
일반적으로 취업하려는 청년들의 공무원 수험가 유입을 막으려면 공기업 채용, 시간선택제 채용이라는 급한 불끄기도 좋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수험생을 포함한 미취업 청년들의 마음을 추스르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
수험가 내부와 외부의 목소리가 일치되고 공무원 시험이 죽기 아니면 합격인 시험이 아니라 가장 평등한 시험이라는 우아한 이름으로 불릴 수 있는 날이 하루 빨리 오길 빈다.
공혜승 기자 news@kgos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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