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공무원시험과 헌법
이념, 가치 등에서 숨 막히는 갈등을 겪고 있는 우리사회다. 그렇다고 이를 결코 부정적으로만 볼 수 있을까.
헌법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으로서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또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1조, 10조). 나아가 모든 영역에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면서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전문)을 선언하고 있다.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법, 시행령, 시행규칙들이 있지만 유일하게 국민이 제·개정에 직접 참여하는 최고법으로서의 우리 헌법은 규범이라는 피라미드의 최고점에 있다. 다소 추상적이고 다의적이지만 헌법 조문을 통해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미래를 발견하고 확인할 수 있다. 국민적 합의로서의 헌법적 국가 체계와 가치를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민사법, 형사법, 공법, 각종 특별법 등이 존재한다. 이를 기준으로 각종 법령을 읽고 해석하다보면 어느 듯, 법학이란 학문적 매력에 흠뻑 빠지곤 한다. 사회 어느 한 영역이라도 규범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지 않는 경우가 없다.
이 모든 것이 국민주권으로서의 헌법적 가치를 표방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이념, 가치의 대립 또한 행복추구권의 일환으로서 흡수될 수 있다. 하나의 불빛이 스펙트럼을 거치면 각양각색의 빛을 내듯이, 민주공화국이라는 헌법 체제는 개개 국민의 다양성과 능력 발휘를 보장하고 있는 것과 같다.
태양과 대기 작용으로, 비 갠 후 오색 무지개는 신비로우면서도 아름답다. 각각의 색들이 존중되면서 그래서 조화롭고 더 화려하다. 이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것이 우리의 헌법이며 국민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국가를 꿈 꿀 수 있게 된다.
행정의 한 가운데에는 공무원이 있고 개개의 공무원들이 어떤 직업윤리와 가치관을 갖느냐에 따라 제공하는 대국민 서비스의 질과 가치 또한 달라지기 마련이다. 정부는 특히 올해부터 공직가치관을 특히 강조한다며 면접방식과 과정을 대폭 변경, 강화했다.
한편으로는 앞으로도 제대로 된 공직자를 선발하기 위한 면접 강화 방안을 지속적으로 연구, 마련 중이라는 소식도 들린다.
2017년부터 5급 공채 1차시험에서 헌법이 필수과목으로 도입된다. 정부 수립 이후부터 5급 공채에 헌법이 치러졌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2004년 외무고시, 2005년 행정고시에서 제1차시험에 공직적성시험(PSAT)이 시행되면서 2007년부터 헌법 등이 사라졌다.
하지만 정부는 공직자에게 헌법가치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2017년부터 다시 헌법을 시험과목에 편입시키기로 했다. 10년만의 헌법과목이 부활한다니 가슴 벅차 오른다.
한 발짝 더 나아가 최근 인사혁신처와 미래인사포럼이 공동개최한 ‘미래인사포럼 정책토론회’에서 김진수 인사혁신처 인재개발국장은 헌법가치를 기초로 하는 공직가치관 검증을 강화하기 위해 9급 공채와 7급 기술직에도 헌법 과목을 추가할 필요성을 시사했다. 다만 인사혁신처는 아직 내부적 논의 단계에 있을 뿐, 확정된 사안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9급 공무원시험에서 2013년부터 고교졸업자들의 공직진출 확대를 꾀한다며 필수과목이던 행정법과 행정학개론 마저 사회, 과학, 수학 등과 함께 선택과목으로 전환됐다. 이를 계기로 경찰 등 각종 공무원시험에서도 법과목들이 선택과목으로 밀려났다.
적지 않은 비판 속에 헌법 도입이 내부적으로 논의되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크게 환영할 일이다. 헌법 없는 공무원시험, 헌법적 가치를 함양하지 않은 공무원은 있을 수 없다. 내친 김에 헌법이 모든 공무원시험으로 확대되길 기대해 본다.
이성진 기자 lsj@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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