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사회복지의 날
지난 7일은 ‘사회복지의 날’이었다. 이 날은 국민의 사회복지에 대한 이해 증진과 더불어 사회복지 종사자들을 격려하고 장려하는 날로서 지난 1999년 이후 16년째를 맞이하고 있다. 사회복지의 날 및 사회복지 주간이 되면 사회복지 발전에 기여를 한 사람들을 표창하고 각 지방자치단체 및 사회복지관련 민간단체들은 사회복지세미나, 백일장, 체육대회 등의 행사를 개최한다. 하지만 사회복지 전담 공무원들의 심신은 날로 지쳐가고 있으며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은 여전히 미흡한 듯 보인다. 지난해 용인시, 성남시, 울산광역시에 근무하고 있던 3명의 사회복지직 공무원이 연이어 자살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들은 모두 대학을 졸업하고 치열한 경쟁을 뚫고 시험에 합격, 공무원에 임용된 젊은 청년이자 한 가정의 가장이었다. 이들의 자살 원인은 모두 과도한 업무와 정신적 스트레스로 밝혀졌다. 이 외에도 사회복지직 공무원 자살과 과로사는 자주 발생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그늘진 곳에서 생활하는 소외계층의 생명을 보살피는 이들이 거꾸로 자신의 생명을 놓아버리는 것이다. 사회복지직 공무원은 1987년도부터 임용되어 현재 전국 시·군·구 등에 1만 3,000여명이 근무하고 있으나, 국민기초생활제도가 도입되고 주택, 교육, 바우처 등에 있어 보편적 복지사업을 추진하게 되면서 13개 부처 292개의 복지업무가 이들에게 쏟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에 대한 처우는 열악하고 피폐하다. 남을 돕는 사람들이지만 정작 자신들은 과로, 폭력, 성희롱, 스트레스에 거의 무방비상태라고 볼 수 있다. ‘조직과 질서 앞에서 지난 두 명의 죽음을 약하고 못나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죽음으로 내 진심을 보여주고 싶다. 공공조직의 말단에서 온갖 지시와 명령에 따라야 하는 일개 부속품으로서 하루하루를 견딘다는 건 괴물과의 사투보다 더 치열하다’ 2013년 3월 울산에서 사망한 36세 공무원의 유서는 이들이 처해있는 상황이 어떤지 알 수 있게 해준다. 지난 3월 노동환경건강연구소가 사회복지공무원 5천96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건강실태 조사결과 4명 중 1명이 최근 1년 사이 자살충동을 느꼈다고 응답한 바 있어 심각성을 더해준다. 이에 따르면 자살충동 이유의 절반 이상은 직무스트레스였다. 이 가운데 조직으로부터 받는 압박도 있지만 민원인들이 가하는 폭력도 도를 넘고 있다는 분석이다.많은 사회복지공무원이 언어적 폭력을 당했다고 말했으며 욕설이나 저주, 자살하겠다는 협박, 신체공격 위협이나 죽이겠다는 협박, 가족을 위해하겠다는 협박이 빈발했고 언어적 폭력을 넘어 신체적 폭력과 성적 폭력도 생각보다 많았다. 기자의 지인 중에도 사회복지공무원에 붙어 공직생활을 하다가 위와 같은 이유로 인해 2년 만에 그만두고 다른 일을 찾은 경우도 있다. 그녀는 “2년 동안 수없이 걸려오는 민원과 협박전화에 일을 관둔 뒤에도 한동안 벨소리만 울리면 심장이 요동쳤다”면서 “시험에 붙기 위한 노력과 시간들을 생각하면 아깝긴 했지만 더 버티다간 정신적으로 문제가 생길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극단적인 방법으로 자살을 선택하는 참사가 있었음에도 여전히 정부는 팔짱만 끼고 있다. 거대한 관료조직은 동료의 죽음을 강 건너 불구경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참으로 안타까운 심정이다. 과로와 스트레스로 이미 탈진상태가 된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공혜승 기자 news@kgosi.com<저작권자(c) 한국고시. http://kgos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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