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실수하지 않겠다는 강박관념
전국이 메르스로 들썩이고 있다. 지난 5월 20일 68세의 첫 메르스 확진자가 나온 이후 20일이 경과한 6월 8일 오전 기준으로 확진자 총 87명, 이 가운데 사망자 5명에 격리된 메르스 감염 의심자만 2천 3백 명을 넘어섰다. 일반 국민들은 전염을 두려워하느라, 생업으로 장사를 하는 기업이나 소상인들은 급감한 매출을 걱정하느라 모두 걱정의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루빨리 보건복지부 나아가 중앙정부가 제대로 된 방역 역할을 해내 메르스 사태가 근절되길 바라는 바다. 이처럼 그야말로 메르스 소용돌이에 빠져있는 가운데 서울시, 이후에 진행될 지방직, 교육청 등 시험을 앞두고 있는 수험가 또한 혼란이 야기됐다. 특히 이번 주에 진행되는 서울시의 ‘일정 연기’에 대한 소문들이 수험가를 들썩이게 만든 것. 하지만 김인철 서울시 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철저한 안전대책’을 세운 뒤 공무원시험을 예정대로 진행한다고 발표함에 따라 수험가는 안도 혹은 실망할 겨를도 없이 코앞으로 다가온 시험을 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시험은 사실 심리 싸움이나 마찬가지다. 특히나 짧은 시간 안에 수많은 문제들을 거의 정답을 찍어내듯이 풀어야 하는 공무원시험에서는 마인드컨트롤을 얼마나 잘하고 실수의 여부가 사실 가장 큰 관건이 된다고 볼 수 있다. 때문에 수험생들은 누구나 실수에 대한 강박관념이 작게든 크게든 존재하기 마련이다. 시험 경험이 많은 장수생들마저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는 않을까하는 강박에 시달린다. 어쩌면 긍정적인 강박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역시도 지나치면 독이 된다. 수험생이라면 누구나 경험하는 일 중의 하나다. 모의고사든 실제 시험에서든 말이다. 분명히 알고 있는 문제도 정작 시험에서는 항상 몇 개의 실수를 하게 되고 시험 직후 수험생은 ‘내가 왜 이걸...’ 하며 머리를 쥐어짜며 허탈해하고 내내 가슴에서 맴돌게 된다. 그리고 ‘분명히 아는 건데...’라고 자책이 이어진다. 시간에 쫓겨 지문을 잘못 읽었을 수도 있고 반대로 시간이 남고 문제가 너무 눈에 익어서 꼼꼼히 읽지 않고 지레짐작으로 답을 골랐을 수도 있다. 긴 지문을 읽어내는 독해력이 떨어져 평소 알고 있던 것을 달리 해석했을 수도 있고 개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거나 암기할 것을 적당히 암기하여 순간적으로 헷갈렸을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순간적으로 잡념을 가졌을 수도 있고 전날 마무리에 전념하느라 잠을 제대로 못 자 집중력이 떨어졌을 수도 있고 평소에 체력관리가 충실하지 못해 시험시간이 길어지면서 눈이 흐릿했거나 맞는 것을 고르라는데 틀린 것을 고르는 덤벙대는 성격도 한 몫 했을 수도 있다. 그래서 늘 열심히 공부를 하면서도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하거나 평소실력은 거의 달인 수준인데 정작 시험에서는 근소한 차이로 낙방하는 이들을 쉽게 보게 된다. 자신이 특별하게 못났기 때문에, 긴장감이 없었기 때문에 실수를 하는 것은 아니란 얘기다. 실수에 대한 경각심을 아예 배제하는 것도 안 될 일이지만 시험 직전까지 실수하지 말아야지, 절대 실수는 안된다는 생각은 오히려 자신감을 떨어뜨리고 불안감을 가중하는 꼴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했으면 한다. 시험에서의 실수는 성공한 자와 실패한 자를 가릴 것 없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너무 스스로를 압박하지 않았으면 한다. 공혜승 기자 news@kgosi.com<저작권자(c) 한국고시. http://kgos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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