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수기를 통한 동기부여
지난 6일은 봄이 가고 여름이 시작한다는 ‘입하立夏’였다. 따뜻해진 날씨가 찾아온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더위를 걱정해야 하는 시기가 찾아온 것이다. 특히 온종일 앉아서 공부를 해야 하는 수험생이나 고시생들에게 여름은 더욱 고될 수밖에 없기에 여름 시작을 알리는 입하와 동시에 걱정이 앞서는 모습이다. 올해 진행되는 대부분의 공무원시험들이 필기시험을 치른 상황에서 만족하지 못할 결과를 예상하는 수험생들과 또 새로 유입된 수험생들은 이제 자리를 재점검하는 때다. 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동기부여다. 곧 찾아올 여름의 무더위에 대한 두려움과 실패에서 오는 좌절감, 새로 시작해야 한다는 막막함에 무기력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시기에는 각자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동기부여를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 수험전문가들, 그리고 합격생들의 전언이다. 이들 수험생들이 동기부여를 위한 방법으로, 쉽게 접할 수 있고 그만큼 많이 접하는 것 중 하나가 ‘합격수기’이다. 합격수기는 공식적으로 기고가 된 경우도 있지만 커뮤니티를 통해 비공식적으로 자유롭게 게시된 것들도 있다. 수험생들은 수많은 합격수기들을 보면서 합격자들의 방법 중 자신에게 필요한 부분을 받아들이거나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잘못된 방법을 버리기도 한다. 또는 합격수기를 통해 동기부여에 힘을 주고 나태해진 태도를 조이는 효과를 얻는다. 또 ‘나도 꼭 합격을 해서 이렇게 합격수기를 쓰리라’하는 다짐을 하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공무원 시험 최종 합격자 명단이 공개되면 합격하지 못한 수험생들은 합격한 수험생에게 공부를 몇 시간 했느냐, 어떻게 했느냐, 무슨 책으로 했느냐, 어떤 강의를 들었느냐 등등의 질문을 쏟아낸다. 합격자는 합격자의 여유로 대부분 선뜻 답변을 해주는 편이다. 이들의 합격수기를 읽다보면 도입부에서 “선배들의 합격수기가 많은 도움과 의기가 되었고 나도 수험생들에게 도움이 되기 바라는 마음에서 수기를 쓴다”는 내용이 종종 발견된다. 이렇게 시험 합격수기가 주를 이루는 가운데 최근 기자 눈에는 색다른 수기가 눈에 띄었다. 불합격 후 공무원 시험을 놓은 전직 공무원시험 수험생이 수기를 올린 것. 수기는 열심히 공부를 했으나 불합격한 내용으로 시작해 불합격 후 과감히 시험을 포기하고 공부를 하는 에너지로 자신의 길을 찾아 나서 현재는 만족한다는 내용으로 끝을 맺는다. 공무원이 되지 못했지만 현재 생활에 만족하며 동시에 공무원 시험 준비를 했던 것도 후회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 수기를 본 수험생들은 그 용기에 박수를 쳐주는 분위기였다. 많은 시험의 합격자가 발표 났다. 몇 년씩 공부를 하고 이번 합격자 명단에 올라있지 않으면 이번을 마지막으로 끝내겠다는 울적해 보이는 수험생들이 속속 눈에 들어온다. 끝내겠다고 선전포고를 했으나 역시 공부한 시간이 아깝고 0.5점 차, 1점 차로 불합격한 탓에 아쉬움이 남아 딱 일 년만 더 해보겠다는 수험생도 있다. 공부를 하다 돌아서는 마음이야 오죽하겠냐만은 마치 실패자처럼, 죄인처럼 시무룩할 필욘 없단 생각이다. 공무원이라는 직업은 분명 매력적인 부분이 있다. 때문에 취업난 속에서 빛을 발한다. 하지만 공무원직이 모두에게 천직은 아니다. 몇 년을 노력했지만 돌아서야겠다는 마음이 든다면 불합격수기를 쓴 전직 수험생처럼 그렇게 오래 공부할 정도의 끈기를 가진 스스로를 믿는 태도가 첫 걸음이 될 것이다. 공혜승 기자 news@kgosi.com<저작권자(c) 한국고시. http://kgos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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