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 24개, 수험가에 부딪치다
영어 5번 복수정답 시비…신경전 치열
지난 18일에 시행된 국가직 9급 필기시험의 후폭풍이 수험가를 강타하고 있다.
후폭풍의 근원지는 영어다. 이번 필기시험에서 영어는 독해지문이 길어지고 수준 높은 어휘들이 출제돼 과락자가 많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난이도 조절 실패의 문제보다도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는 것은 영어 과목에서 불거진 ‘복수정답’ 시비다.
현재 수험생들 사이에서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어법에 맞지 않는 답을 고르는 사책형 5번(처책형 15번) 문항의 4번 보기다.
당초 가답안에 따르면 이 문제의 정답은 3번(The package, having wrong addressed, reached him late and damaged.)이지만, 일부 수험생들은 4번(She wants her husband to buy two dozen of eggs on his way home.) 또한 어법에 맞지 않는 문장으로 복수정답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여기에 수험가의 일부 강사들 또한 4번 보기의 어법이 맞지 않다는 주장을 펼치면서 수험가는 복수정답이 맞다는 쪽과 아니라는 쪽으로 양분돼 연일 치열한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다.
공단기 강수정 교수는 “two dozen 뒤에 of를 쓰는 경우는 전체 중 일부를 말할 때만”이라면서“출제된 문장은 부인이 남편에게 그저 아무 것이나 24개의 달걀을 사오라는 내용이므로 of가 필요하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복수정답을 인정할 수 없다는 수험생들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 문맥상으로는 이상할 수 있지만 ‘마트 달걀 중 24개만 사와’라는 말도 어법적으로 틀린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한 수험생은 “4번 보기는 다소 애매하지만, 수동태가 사용되지 않아 명확히 틀린 문장인 3번 보기를 무시하고 4번을 정답으로 고른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면서 복수정답 주장을 일축하기도 했다.
남부행정고시학원 이동기 교수는 “(3번 보기의 경우)the package와 address의 관계는 수동이므로 (having been) addressed의 형태로 바뀌어야 하고, package는 파손된 것이기 때문에 동사의 형태가 was damaged로 고쳐져야 옳다”면서 3번 보기가 어법상 명확하게 틀린 문장임을 설명했다.
이처럼 수험가가 복수정답 시비에 목숨을 걸 수밖에 없는 이유는 단 한 문제 차이로 명암이 바뀌는 일이 공무원 시험에선 비일비재한 탓이다. 이미 지난해 국가직 9급 필기시험에선 영어 과목에서 1문제가 복수정답이 인정돼 수험생들이 혼란을 겪은 바 있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수험가를 찾아온 떠들썩한 복수정답 시비를 뒤로한 채, 인사혁신처는 22일 국가직 9급 필기시험 정답 이의제기 신청을 마감했다. 복수정답에 대한 고민은 이제 인사혁신처가 짊어져야 할 몫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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