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공무원 필기시험 “뜻밖의 함정”
영어 평이했지만 국어 ? 한국사 까다로워
완연한 봄기운이 맴돌았던 18일 오전 11시 40분. 요란한 종소리가 100분 동안 잠들어있던 서울공업고등학교 교정을 깨웠다.
지난 1년 동안 하나의 목표를 위해 뛰어온 수험생들의 완주를 알리는 소리였다. 시험의 결과와는 상관없이, ‘필기시험’이라는 가장 큰 짐을 덜어낸 응시자들의 발걸음은 가벼워보였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교정은 필기시험의 난이도를 비교하는 응시자들의 목소리로 요란해졌다.
응시자들의 평은 제각각이었다. 올해 2번째로 시험에 도전했다고 밝힌 한 응시자는 “공통과목, 특히 영어는 수월히 풀렸던 편이어서 시간 안배에 애를 먹지 않았다”면서 문제를 다 풀고 나서 5분 정도의 시간이 남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선택과목으로 소방학개론과 소방관계법규를 선택한 그는 “소방관계법규의 경우 기출문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문제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기출문제에서 벗어난 다소 생소한 문제가 나와 좀 당황했다”라며 아쉬운 웃음을 지었다.
공통과목에 대한 수험생들의 표면적인 반응은 대체적으로 ‘무난했다’였지만, 전반적인 평은 엇갈리고 있다. 쉬워 보이지만 작년과 비교했을 때 그리 쉽게 볼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얘기다.
특히, ‘국어’는 수험생들의 발목을 잡는 복병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해진 범위 내의 지식을 평가하는 ‘문법’ 문제는 다소 쉽게 출제된 반면, 범위가 비교적 넓고 선행지식이 있어야 정답을 고를 수 있는 ‘문학’에서 비교적 난도 높은 문제들이 출제된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국어가 까다로웠다고 밝힌 한 수험생은 “한글맞춤법과 표준어 등 문법 분야를 열심히 공부했지만, 이번에 문법 문제가 너무 적게 출제되고 문학의 비중이 커서 실망스럽다”면서 “고전시가 문제가 헷갈려서 찍고 나온 것이 불안하다”라며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한국사는 사료 위주의 문제와 여러 범위에 걸친 다양한 문제들이 출제돼 일부 수험생들의 체감난도를 높인 과목으로 평가되고 있다. 수험생들의 단골 걱정거리인 영어는 올해 문법과 어휘 문제의 비중이 적었던 반면, 평이한 수준의 독해 문제들의 비중이 많아 평균 점수가 오를 것으로 보인다.
결국 변별력이 다소 낮은 영어 대신, 국어와 한국사에서 얼마나 더 고득점을 했는지가 관건인 셈이다.
한편, 필기시험 문제가 비공개로 유지된 올해에도 기억에 의존해 문제를 복원해야하는 응시자들의 수고로움은 이어졌다.
현재 소방공무원 수험생들은 문제책을 가져올 수 없어 기출문제는 물론, 자신이 선택한 답안과 정답까지 모두 직접 복원해야해 필기시험 합격 여부를 판가름할 수도, 문제에 오류가 있어도 이의제기를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수험생 커뮤니티의 한 회원은 “문제가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결국 응시자들이 학원이나 커뮤니티를 통해 복원한 답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면서 “공무원 채용시험은 무엇보다 투명하고 공정한 집행돼야 하는 만큼 하루 빨리 문제공개가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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