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직 9급 “필기시험 춘풍낙엽(春風落葉)”
국어·한국사·민소법에 수험생 쩔쩔
“이게 과연 9급 공무원을 뽑는 시험이 맞을까요?”
훈훈한 봄바람이 불었던 지난 7일, 법원직 9급 필기시험을 치르고 나온 수험생들은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전년보다 부쩍 높아진 체감 난이도 탓이다.
특히, 이번 시험은 그 어느 때보다 시험장을 빠져나오는 응시자들의 표정이 어두웠다. 올해 수험생들의 발목을 잡은 과목은 교양과목으로 분류되는 국어와 한국사였다.
한 응시자는 “문법의 경우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부분들이 나와 당황하지 않았지만, 고전시가에서 다소 생소했던 <누항사>가 출제돼 애를 먹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읽고 어느 정도 답을 유추해낼 수 있는 문제면 좋은데, 아예 <누항사>에 관한 배경지식이 있어야만 풀 수 있는 문제여서 어려웠다”라고 설명했다.
신동수 교수는 “최근 법원직 시험에서 문학의 비중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면서 “이번 시험에선 문학 지문과 난도 높은 지문들이 많이 출제돼 수험생들에게 시간적 부담이 컸을 것”이라고 평했다.
한국사 또한 생소한 사료들이 출제되면서 응시자들이 정답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시험에서 ‘한국사’가 가장 어려웠다고 밝힌 한 응시자는 “그동안 시대별로 철저히 구분하며 배경지식을 철저히 점검했다고 생각했는데 생소한 사료가 나와 너무 애매했다”면서 “점점 국사가 어려워지는 만큼, 기본서를 철저히 정독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민주 교수는 “한국사는 꾸준한 반복학습을 필요로 하는 과목인 만큼, 이번 시험의 출제경향을 파악하고 이해를 바탕으로 한 암기를 보완하는 등 효율적인 수험대책을 세우는 한편, 기본서의 많은 사료와 사진, 지도를 꼭 확인해야 고득점을 획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교양 과목이 어렵게 출제됐지만, 그렇다고 전공 과목이 쉽게 나온 것도 아니었다. 전공 과목 중 민사소송법은 응시자들 사이에서 ‘변호사 시험’ 수준에 가깝게 나왔다는 평이 나올 정도로 높은 난도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희억 교수는 “올해는 법원실무집이나 이론교재집에도 없는 판례가 출제되고 지문도 길어 수험생들이 시간에 쫓기면서 정답을 찾아야 했을 것”이라면서 응시자 평균점수의 하락을 예측했다.
이 때문에 수험생들 사이에선 법원직 9급 채용시험의 출제방식에 대한 원성이 빗발치고 있다.
3년째 법원직 시험을 준비했다고 밝힌 한 수험생은 “고작 9급 공무원을 뽑는 시험이 사법시험이나 변호사 시험 수준으로 어려워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라며 점차 어려워지고 있는 법원직 시험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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