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e by 삼성, 공직에도 먹힐까
해외 유학생 특채에 수험가 ‘시끌시끌’
“질로 가자, 처자식 빼고 다 바꾸자.”
1993년 삼성 이건희 회장은 계열사 임원들이 모두 모인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이 같은 말을 던지며 ‘신경영’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세계 일류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양적사고를 벗어던지고 품질확보에 주력하는 등 모든 것을 혁신해야 한다는 이 회장의 호소에 삼성은 변화를 거듭했다.
‘열린 채용’은 신경영 선언 이후 삼성이 보여준 ‘환골탈태’의 한 장면이었다. 국내 최초로 대졸여성 공채를 실시해 여성인재를 배출했고 서류전형 폐지를 통해 학력과 성별 등의 차별을 없애는 대신 직무적성검사(SSAT)를 도입했다.
학연과 지연에 의해 채용이 진행됐던 당시로선 혁신적인 일이었다. 최근에도 취업준비생들이 선호하는 대기업 중 삼성의 채용과정이 가장 공정하기로 정평이 난 계기다.
삼성의 혁신을 주도한 ‘열린 채용’의 바람은 이제 공직사회를 향하고 있다. 삼성그룹에서 인사를 담당하며 ‘열린 채용’을 성공적으로 정착시켰다는 평을 얻은 바 있는 이근면 인사혁신처장이 공직개혁에 총대를 메면서다.
21일 정부혁신 업무보고에서 언급된 ‘성과 우수자 인센티브 부여’나 ‘공직 비리 징계기준 강화’ 등은 삼성맨 출신인 이 처장의 인사스타일이 반영된 것이라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실적에 따라 급여와 승진 등의 보상을 지급하는 성과주의와 비리를 일벌백계하는 신상필벌은 삼성의 대표적인 인사원칙이기 때문이다.
정부조직이 바뀌면서 큰 이사를 치러야했던 지난해에 이어 올해는 새로운 채용제도와 인사체계 정립 등 대규모 정리정돈을 해내야 하는 과제가 공직사회에 던져진 셈이다. 정부혁신 업무보고를 둘러싸고 공직사회는 물론, 또 다른 변화를 지켜봐야 하는 공무원 수험시장에서도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정부보고에 앞서 이 처장이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밝힌 ‘해외 유학생 특채’다.
이 처장은 지난 16일 “올해 하반기 북미 지역 주요 10개 도시에서 해외 공직 설명회를 개최하고, 이후 유럽 등지로 설명회를 확대할 계획”이라면서 공채에 해외 유학생 특별전형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바 있다.
이 소식을 접한 공무원 수험생들의 반발은 거세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박 모(24)씨는 “사시와 행시 폐지로 인해 경제적인 수준에 따라 공직 입문이 제한돼 있는 마당에 공무원 시험까지 유학생 특채를 도입한다면 공직은 머지않아 부유층의 전유물이 될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공무원 노조 또한 유학생 특채가 공무원 채용시험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인 ‘형평성’을 저해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보였다.
정치권의 시선도 곱지 않다. 홍준표 경남지사는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부의 대물림을 넘어 이젠 신분의 대물림 시대가 돼가고 있다”며 이근면 인사혁신처장의 인터뷰 내용을 비판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인사혁신처는 “해외 공직설명회를 개최하는 것이 채용한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으며 정부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우수인재를 널리 구하는 방안 중 하나”라고 해명했다.
Copyright @2012 DBKnetworks Corp. All rights reserv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