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인사혁신처가 국가공무원 7급 필기시험 제도의 대대적인 수술을 예고한 가운데 국가직 7급으로부터 시작된 채용제도 개편 작업이 수험가 전반으로 확대될지 여부에 수험생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그간 시험제도의 변화가 어느 정도 예고됐던 지방공무원 7급과 순경 필기시험의 경우 최근 들어 과목 개편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어 관련 수험생들의 고심이 깊다.
◈ 지방직 7급 “국가직 따라 갈까?”
국가공무원 7급 필기시험이 변신을 거듭함에 따라, 수험생들 사이에서 지방직 7급 시험은 언젠가는 바뀔 가능성이 가장 높은 시험으로 통하고 있다. 과거 여러 차례 변신을 꾀해온 공무원 시험제도의 특성상, 국가직 시험이 먼저 큰 폭의 변화를 겪고 나면 지방직 시험이 시차를 두고 국가직 시험의 개편방향을 따른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즉, 지방직 7급 역시 국가직 7급 시험과 마찬가지로 작년부터 기존의 ‘영어’ 과목을 ‘공인영어성적’으로 대체하고 이후엔 국어, 한국사 과목 역시 피셋으로 대체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 행정안전부가 서울시 지방공무원 임용시험 응시자들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설문조사
이 같은 전망은 최근 행정안전부가 서울시 지방공무원 채용시험 응시자들을 대상으로 과목 개편에 대한 설문을 진행하면서 더욱 힘을 얻게 됐다.
행정안전부가 8월 7일부터 23일까지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지방직 7급 공채시험 영어 과목의 영어능력검정시험 대체나 정보화 자격증 가산점 폐지 등 현행 국가직 7급 시험과 같은 방식으로 시험을 개편하는 것에 대한 수험생들의 의견을 묻는 내용이 상당수기 때문이다.
실제로 7급 수험생들 사이에선 ‘영어’ 과목의 공인영어성적 대체를 둘러싼 의견이 분분하다. 9급 시험에 중복응시를 하는 수험생의 경우 어차피 ‘영어’ 과목을 공부해야 하기 때문에 굳이 ‘토익’ 등과 같은 능력검정시험을 보는 것이 탐탁지 않지만, 7급만을 목표로 하는 수험생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국가직 7급 시험을 위해 토익 시험을 준비하고, 지방직 7급 시험을 위해 영어 과목을 따로 공부하는 부담이 따르는 탓이다.
7급 시험을 준비 중인 김모(26)씨는 “토익은 토익대로 준비해야 하고, 영어는 영어대로 따로 준비해야 하는 것이 너무 불편하다”면서 “물론, 한번 일정 점수 이상을 획득하면 3년의 유효기간을 인정받지만, 시험 응시와 준비에 들어가는 비용부담은 더 늘 수밖에 없다”며 시험제도 개편의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반면, 수험생 박모(25)씨는 “영어 과목을 폐지할 경우, 시험과목 자체가 줄어든 만큼, 변별력을 위해 시험의 전반적인 난도가 높아질지도 모른다”면서 “차라리 기존의 시험제도를 유지하는 것이 수험생들에게 유리하다고 생각한다”며 반대 의견을 밝혔다.
이에 대해 행정안전부는 아직은 시험과목 개편에 대한 여론을 수렴하는 중일 뿐, 영어 과목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시험제도 개편이 확정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행안부 지방인사제도과 관계자는 “우선은 시험제도 개편을 추진하기 전에 미리 수험생들의 의견이 어떤지 살펴보는 차원에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것일 뿐, 개편에 대해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밝혔다. 이어 행안부 관계자는 “PSAT 도입 역시 지금 상황에선 시기상조일 뿐 아니라, 지방직은 필기시험이 1차와 2차로 나뉘어 실시되는 만큼 지자체 간 협의도 필요해 현실화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 순경 시험과목 개편안은 ‘아직’
과목개편이 확정되지 않은 지방직 7급과 달리, 순경 필기시험의 과목개편은 기정사실이 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경찰청은 현 공채 필기시험 필수과목인 영어와 한국사를 검정능력시험으로 대체하고, 헌법과 형사법, 경찰학개론 등을 필기시험으로 치르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한 바 있다.
경찰청 인재선발계 관계자는 “시험제도 개편에 대해 검토 중으로, 아직 어떤 과목을 시험과목으로 할지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면서 “이미 얘기가 나온 과목개편안은 검토 중인 여러 가지 대안 중 하나이며, 현재 외부 전문가의 의견을 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 수험생들은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률에 수험기간 역시 장기화되고 있는 만큼, 시험과목 개편의 여파가 수험생활에 영향을 주진 않을지 노심초사하고 있다. 영어와 한국사가 능력검정시험으로 대체된다면, 응시료 및 수험비용이 추가로 소요될 뿐 아니라 헌법이 새롭게 도입되는 만큼 그에 따른 수험부담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수험생 이모(24)씨는 “경찰학이나 형법, 형사소송법을 필기시험 과목으로 유지하는 것은 직무 특성상 당연히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헌법은 굳이 경찰시험에까지 도입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어차피 능력검정시험을 위해 영어와 한국사를 공부해야 하는 데다, 필기시험 과목으로 기존 법 과목에 헌법까지 공부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필기시험 과목이 더 늘어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반면, 시험과목 개편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여론도 있다. 또 다른 수험생 정모(27)씨는 “한국사가 공무원의 기본 소양인 것은 맞지만, 최근 공무원 시험 한국사는 기본 소양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잘 찍어야 맞힐 수 있는’ 수준의 문제를 내고 있어 시험의 본질로부터 너무 멀어졌다고 생각한다”면서 “차라리 경찰관으로서의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도록 전문과목 필기시험을 유지하되 국어나 한국사 같은 과목은 능력검정시험으로 대체하는 것이 맞는 방향이라고 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