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출제오류, 복불복?
201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난 지 십여 일 만에 출제 오류 논란이 일었던 생명과학Ⅱ 8번 문항과 영어 25번 문항이 결국엔 복수정답 처리되면서 수험가 및 언론이 들썩이고 있는 분위기다. 이로써 수능 사상 처음으로 오류문항 2개가 복수 정답으로 인정된 것. 이번 수능시험은 문제의 난이도가 낮아 소위 ‘물수능’이라고 평가된데 이어 이번에는 문제 오류까지 나오면서 수험생들의 불만은 봇물 터지듯 여기저기서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교육부는 반복되는 수능 오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출제 시스템을 개선하겠다고 고개를 숙였으며 김성훈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은 이를 책임진다며 평가원장 자리에서 물러날 뜻을 밝혔다. 하지만 결국 이에 대한 피해를 고스란히 받아들여야만 하는 건 수험생이다. 치열한 경쟁률 속 단 1점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는 시험에서 문제 오류로 인해 마지막까지 노심초사 가슴을 몇 번이고 쓸어내려야 하는 수험생들을 생각하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회사원들의 출근시간을 늦추고 비행기 이·착륙을 자제시키는 등 수능을 치르는 수험생들에 대한 넘치는 배려는 결국 결정적인 실수로 인해 욕만 얻어먹는 꼴이 되어버렸다.이 같은 문제 오류는 수능 뿐 아니라 매년 새로운 공무원을 뽑는 시험에서도 번번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2001년부터 사법시험 문제가 전면 공개되고 같은 해 5급 공무원 공개채용 시험에도 이의제기 제도가 생겼다. 2007년에는 7·9급 공무원시험, 2009년에는 경찰공무원시험, 이어 2012년에는 서울시가 문제와 정답을 공개하면서 이의제기 제도를 신설했다. 이렇게 이의제기를 진행한 후, 수험생들은 어느 정도 투명해진 시험 운영에 반색했지만 이후 계속해서 나오는 문제 오류는 수험생들의 불만에 다시 불을 붙였다. 올해 역시 국가직 9급에서 영어 1문항, 건축구조 1문항의 문제 오류를 인정, 복수 정답으로 변경한 바 있다. 또한 지난해에는 9급과 7급에서 각 1문항에서 문제 오류가 발생, 매년 적게는 1문항 많게는 8문항이(2011년도) 오류가 나오면서 이에 수험생들은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심정을 겪었을 것이다. 오류 문항은 ‘복수정답’이나 ‘정답없음’ 또는 ‘정답변경’으로 처리됐는데 이렇게 매년 문제오류가 있다 보니 시험이 끝나고 정답가안으로 채점한 후 수험생들은 최종정답이 확정되기까지의 모습이 다양하게 연출된다. 등급으로 나뉘는 수능과 달리 합·불로 결정되는 공무원시험에서는 안정권에 드는 고득점을 획득한 수험생들은 확정정답에 큰 관심을 두지 않지만 애매한 점수로 합격컷 언저리에 있는 수험생들의 경우 어느 쪽에선 정답가안 그대로 유지되길 바라며 반대로 정답변경 또는 복수정답을 원하는 수험생도 있는 것. 이는 너무 복불복이 아닌가 싶다. 공무원시험은 ‘운빨’이 아닌 오롯이 수험생의 실력과 노력으로 합격의 당락이 결정되는 것이 마땅하다고 본다. 그리고 이렇게 되도록 만들어줘야 할 의무가 바로 정부에 있다. 정부 차원에서는 그리 큰 사건이 아니라고 보는 모양이다. 하지만 시험 응시생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인생을 결정짓는다고 생각할 정도로 사활을 건 시험에서 이같은 문제가 계속해서 반복되는 것은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으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공무원시험의 출제오류는 국가의 공신력에 큰 상처를 줄 뿐 아니라 수많은 수험생의 운명을 뒤바꿔 놓을 수 있기 때문에 문제 출제와 선제검토 과정에 만전을 기해 출제 오류가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공혜승 기자 news@kgosi.com<저작권자(c) 한국고시. http://kgos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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